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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캘거리에서 시애틀 비행기로 빠르게 다녀오기

by 보봉구 2025. 1. 30.

쟈쟌- 워홀 열심히 하다가 갑자기 미국을 다녀와야 하는 사람이 있다?? 그게 바로 나다.

 

사실 내 워홀 비자의 유효기간이 1월 21일까지였다. 내가 캐나다에 온 지 정확히 1년이 되는 시점이다. 그런데 내가 룸메이트와 같이 미국 여행을 가기로 한 건 2월 1일부터 시작이었기에, 약 10일 정도의 캐나다 체류기간이 필요하게 되어버린 것.

 

만약 내가 21일에 워홀 비자가 만료된 후, 별 다른 비자 갱신 없이 캐나다에 죽치고 있으면 나는 "불법 체류자" 칭호를 새로 얻게 된다. 그러면 이후 내가 캐나다에 다시 들어올 일이 있을 때 어떤 애로사항이 꽃필지 알 수 없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지는 2 가지가 있었다. 그건

 

1. 캐나다에서 visitor 비자 신청하기

 

2. 워홀 만료에 맞춰 제 3국 여행 후 캐나다 재입국

 

 

당연당연히 내가 먼저 하려고 했던 건 1번 [캐나다에서 visitor 비자 신청]이었다. 그래서 IRCC 홈페이지에 들어가 visitor visa 신청 항목을 확인한 후 신청 절차를 따라갔다.

 

그렇게 홈페이지 로그인 하고 visitor 비자 신청 설문을 차례차례 채워나간 후...

홈페이지에서 나에게 보여준 건 You can apply to ETA! 였다. 인터넷에서 찾아보기로 다른 사람들은 visitor and ETA 가 나왔는데 어째서 나는 ETA만 나오는가... 심지어 나는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을 때 ETA도 함께 발급받아 보유중이란 말이다!

 

그렇게 같이 일하는 분이나 주변 지인들에게 물어봤지만 본인들이 신청할 때는 달랐다는 이야기만 돌아왔고, 나는 어쩔 수 없이 선택지를 바꿔야 했다. 이미 2월 1일에 비행기도 다 예약한 부지런한 멍청이는 계획에 없던 국경 넘기가 필요해졌다.

 

그렇게 선택한 2. [워홀 만료에 맞춰 제3국 다녀오기]

나의 선택은 "시애틀"이었다. 같이 일하는 형이 최근에 다녀온 곳이기도 하고, 비행기 타고 다녀올 수 있는 곳 중 그나마 가깝고 구경할 곳도 있는 장소였기 때문. 가장 큰 이유는 2월에 떠나는 미국 기차여행 코스에 없는 도시라는 것이 제일 컸다.

 

자 그럼 미국 시애틀을 다녀오기로 결정을 내렸으니, 미국을 다녀오는 동안 내가 해야하는 일을 정리했다.

 

 

1. 나는 캐나다 재입국을 하면서 관광비자를 받아야 한다. -> 캐나다 out 티켓과 계좌잔고증명서가 필요!

    +해외 체류 중 워홀 비자가 만료되어야 한다고 함!

 

2. 미국 사전입국심사를 문제 없이 통과해야한다. -> 미국 out 티켓과 Esta가 필요하다!

 

 

대충 이 정도였기에, 캐나다 TD뱅크 Account balance statement와 비행기 E-티켓을 모두 준비하여 출력했다.

은행에서 balance statement를 출력할 때 visitor visa apply 용으로 달라고 하면 추가 서류까지 떼어준다. 나는 5분도 안 되어 서류를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미국 ESTA는 1년쯤 전에 미국을 경유하여 캐나다에 올 줄 알고 신청해둔 게 있어서 새로 발급받을 필요는 없었다.

(만약 ESTA가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1달정도 여유있게 먼저 신청하기를 추천. 사람에 따라 오래 걸리기도 한다는 듯.)

 

여차저차 서류를 모두 준비하고 짐을 적당히 싼 후 캘거리 국제공항으로 향했다. 내가 선택한 항공사는 Alaska airline. 이 항공사는 시애틀을 허브로 삼고 있는 항공사라는데, 뭐 다 모르겠고 내가 타는 비행기가 꽤나 작았다는 것만 기억난다.

 

 

어쨌든, 이륙 3시간 전부터 체크인 카운터가 열리기에 그 때쯤 도착하여 빠르게 체크인을 마쳤다. 체크인할 때 항공사 직원이

"Do you have ESTA?"

부터 물어보더라. 나는 ESTA 넘버가 적힌 서류도 준비했기에 당당하게 of course를 말하고 서류를 꺼낼까 했지만, 그냥 여권 스캔만 하고 끝났다. 너무 열심히 준비해갔나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유비무환이 아닌가! 낯선 일을 할 때는 철저한 게 낫지. 그리고,

"Do you have any bags?" -(수하물 부칠 것 있어?)

라는 질문을 들었는데, 내가 영어로 체크인하는 게 처음이라 bag을 bug로 알아들어서 한 5초간 어리둥절하며 되물었다.

나 : "sorry? bugs?"

직원 : "yes, bags!"

나 : '벅???' (벌레일리는 없고 이게 뭔말이지)

 

잠깐 갸우뚱거리고 있으니 bagage라고 또 말해줘서 아! 하고 알아듣긴 했다만... 역시 다양한 인풋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 느꼈다. 악센트가 조금만 낯설어도 알아듣기가 힘들다니. 아직 갈 길이 멀다.

 

 

어쨌든 Boarding pass를 받고 바로 사전입국심사장으로 이동했다. 캐나다에서 미국을 갈 때는, 캐나다 공항에서 미리 입국심사를 하고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탄다. 그렇기에, 공항에서 내린 후 짐만 찾아 바로 공항을 떠나도 되는 것이다.

 

캘거리 국제공항에서는 E 게이트 앞에 미국 입국심사장이 있으니, 우버를 타고 공항에 온다면 참고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물론 international airline 을 탄다고 우버 드라이버에게 말하고 항공사를 알려주면, 항공사 전광판이 나오는 출입구 앞에 내려주기도 하니, 일찍 내려서 한참 걷지 않길 바란다. 캘거리 국제공항은 넓진 않지만, 모든 공항이 다 그렇든 길-쭉하니까. 

 

사전입국심사를 하기 전 security check를 먼저 받았다. 가방과 소지품 중 이상한 것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는데, 너무 긴장해서 그런지 시계도 안 빼고 금속탐지기를 지나가버린 것...! 그렇게 멍청도가 1 올랐던 날이다.

참고로 바구니에 가방, 신발을 다 넣는데, 전자기기는 별개의 바구니에 따로 담아야 한다. 

 

그 후, 입국심사관 앞으로 바짝 얼어서 걸어갔다. 내가 일찍 공항에 도착했기에 대기 인원이 없어, 나를 부르는 입국심사관은 2명이었다. 내가 중간에 서서 "um... where should I go?" 하고 묻자 친절하게 "as you like~"라 해줬던 남자분에게 가려 했지만, 움직이는 길에 여자 심사관이 불러서 쪼르르 달려갔다.

 

그렇게 마주한 미국 입국심사관. 질문은 뭐 예상한 대로였다.

 

"Where is you final destination?"

"What is purpose of you trip?"

"How long will you stay?"

"Where are you living now?"

"Where will you stay?"

"Do you have return ticket?"

 

바짝 긴장한 얼굴로 열심히 대답하기를 잠시. 입국심사관이 여권과 내 얼굴을 한 번 더 바라보더니,

"Good. you can go this way. Have a good day." 라는 말로 임국심사를 끝냈다.

 

체류기간이 2박 3일로 짧고 Retrun ticket도 확실히 가지고 있어서일까.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간단하고 빠르게 끝난 것 같다. 그리고 "입국심사관은 절대 웃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말투나 표정이나 너무 시니컬해서 바짝 굳어있다가 든 생각이었다.

 

 

입국심사관 뒤의 통로로 나오니, 라운지와 푸드코트가 있었다. 내가 시애틀에 도착하는 시간은 거의 오후 9시가 되는 시간이었기에, 푸드코트에서 간단히 식사를 한 후 탑승구를 향해 끝없이 걸었다. 정말 끝없이... 한참 걸어가더라. 공항에 올 때는 약간 어둡긴 하지만 해가 떠있긴 했는데, 어느새 깜깜해지는 바깥을 볼 수 있었다. 역시 캘거리의 겨울 낮은 정말정말 짧다.

 

한두시간의 기다림 끝에 이륙한 비행기. 이 날 캘거리는 바람이 굉장히 많이 부는 날이었는데, 비행기도 작아서 그런가 어어어엄청나게 비행기가 흔들렸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아찔한 기분이 끊임없이 들며 한참을 흔들거리는 비행기 안에서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이러다가 사고나는 건 아니겠지?'

'아니야 항공기 사고는 확률이 정말 낮아. 너도 알고 있잖아.'

'최근에 항공기 사고 난 게 있었나?'

 

별의 별 생각을 혼자 하기도 잠시. 아래 불빛 형체가 잘 보이지도 않을 높이까지 올라가니 바람이 잦아들었다. 솔직히 진짜 무서웠다. 왜 비행기 공포증이 생기는지 이해할 수 있었던 값?진 경험이었다.

 

 

시애틀 공항에 내려서도 잠깐 헤맸다. 역시 길치는 어딜 가도 길치다. 나가는 길이 어딘지 몰라 제 자리에서 뱅뱅 돌다가, "수하물 찾는 길로 가면 출구도 있겠지 뭐!" 하며 baggage claim 표시를 따라 하염없이 걸어갔다. 그러니 출구가 나오긴 하더라. 나는 사전 입국심사도 마쳤고, 수하물도 안 부쳤기에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다.

 

 

시애틀 타코마 국제공항은 시애틀 다운타운과 꽤나 멀다. 그래서 우버나 택시를 타면 어마무시한 청구서가 기다리고 있기에, 나같은 시간 빌게이츠는 트레인을 타는 것이 당연한 선택이다. 공항 출구 쯤 보이는 Link Light Rail 표지판을 보면서 연결다리를 건너고, 주차장 통로를 하아아안참 걸어가다 보면 Sea-Tac Station에 도착할 수 있다. 당연하지만 이 길도 정말 길다. 하아아안참 걸어보자.

 

 

 

Sea-Tac Station에 도착하면 티켓을 뽑을 수 있는 기계가 있다. 거기서 3불로 티켓을 살 수 있는데, 구매 후 Valid until ( ~~ ) 시간까지 트레인을 몇 번이고 탈 수 있다.

 

캘거리와 마찬가지로, 따로 티켓을 찍거나 보여주고 탑승을 하는 건 아니었다. 다만 불시에 역무원이 검사해서 유효한 티켓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지갑이 슬픈 일이 일어날 수 있으니, 양심도 지갑도 건강한 여행을 하도록 하자.

 

그 후 Lynnwood City Center 방면으로 트레인을 타면 다운타운으로 갈 수 있다. 나는 Westlake station까지 갔는데, 한 40분정도 걸렸던 것 같다. 

 

 

시애틀의 밤거리는 정말 예뻤다. 내가 다운타운에 도착한 시간은 밤 9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는데, 주변을 두르고 있는 야경이 몇 번이고 내 발목을 잡아챘다. 반짝이는 건물을 양 옆에 가득 둘러친 오르막을 눈에 담았을 땐 잔잔한 벅차오름이 느껴지기도 했다. 크게 보면 한국과 비슷한 도시 야경이지만, 작은 차이가 만들어낸 낯섦이 곧 여행의 설렘이었을까.

 

 

밤하늘이 내려온 듯한 야경을 뒤로하고 호텔로 들어왔다. 프론트에서 간단한 설명을 듣는데, 방에 물이 무료가 아니었다!! 에비앙 생수가 있는데 하나당 금액이 청구되고, 물이 필요하면 로비에서 떠가야 한다고 한다. 세상에... 그래도 매일 저녁에 무료 맥주 제공이 된다는 말을 듣고 여차저차 방으로 들어왔다.

 

오래된 도시의 오래된 호텔은 역시 내가 예상한 대로였다. 내가 가장 싼 방을 골랐으니 방이 작은 건 납득할 수 있지만, 바닥이 카페트임에도 실내 슬리퍼를 제공해주지 않다니! 방에서 신발을 신고 돌아다녀야 하는 것이다. 캐나다에 1년을 살면서 북미지만 그래도! 실내에서 맨발 혹은 슬리퍼로 돌아다녔는데, 여기서 미국의 신발 감성을 느낄 줄은 생각도 못 했다.

 

냉난방도 오래된 기구 하나가 창문에 턱 박혀있는 것이 끝. 저 연결 부위 사이에 유격이 있어 외부 소음과 웃풍이 들어오는 것은 당연한 애교였다. 덕분에 엄청나게 건조한 방에서 말라가는 목을 진정시키기 위해, 사방에 젖은 수건을 걸어두고 잠에 들어야 했다. 

 

이렇게 여차저차 캘거리에서 시작한 시애틀 여정의 1일차가 끝났다. 이후 있었던 일은 조만간 업로드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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