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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시카고 시티패스 여행 (하) feat. 시카고 피자, 암트랙amtrak

by 보봉구 2025. 3. 4.

 

저번에 피자 이야기를 끝으로 포스팅을 마무리했으니, 당연하게도 피자와 함께 시작하는 포스팅이다.

 

내가 방문한 피자집은 시카고의 Lou Malnati's pizzeria다. 전 날 숙소에서 검색해보기론 시카고에서 가장 유명한 딥디시 피자 중 하나라고 하더라. 그리고 방문했을 땐 왜 이 곳이 유명했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사실 이 날 추위에 지치고 너무 배고팠기에, 가게 인테리어 사진은 찍을 생각도 못 했다. 골골거리던 와중 우리가 주문했던 부르스케타 에피타이저가 먼저 서빙됐다.

 

바게트 위에 올라간 토마토와 치즈. 먹은 지 시간이 오래 지났지만 여전히 첫 입의 감동을 잊을 수가 없다. 따뜻하게 토스팅된 바게트 위로 올라간 차가운 토핑. 토마토와 치즈는 모두 감칠맛을 터뜨리지만, 각자 상큼함과 묵직함 두 가지 속성이 뒤섞이는 조화가 훌륭했다.

 

심지어 가격도 착하고 오더에서 서빙까지 걸리는 시간도 그리 길지 않았다. 시카고 딥디시 피자의 특성상 주문 후 30분 내외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그 전 허기진 배를 달래기엔 이것만한 선택지가 없다고 강력하게 추천할 수 있다. 한 번으로는 모자라니 두 번 추천까지.

 

 

우리가(성인 남성 2명) 주문했던 피자는 "The Lou" 피자로 미디움 사이즈였다. 나는 처음 가는 식당에서는 가게 이름이 들어간 시그니처를 우선적으로 주문하기에 선택한 메뉴다.

 

The Lou 피자 재료엔 놀랍게도 고기가 들어가지 않는다!! 치즈와 시금치, 토마토와 버섯이 전부다. 그런데도 내가 지금까지 먹어본 피자중에 가장 훌륭한 맛을 느끼게 해줬다.

 

잘 구워진 토마토와 치즈는 두말할 것도 없고, 안에 들어있는 시금치가 엄청난 킥이다. 입에서 씹히는 순간 채즙이 터져나오는데, 그 안에 녹아 있는 고소함과 감칠맛이 신기할 정도이다. 피자를 한 입 베어물고 마주친 룸메의 얼굴은 극찬이 쏟아지는 표정이었다. 나도 당연히 그랬겠지.

 

양도 꽤나 푸짐했다. 미디움 사이즈는 성인 남자 2명이서 배부르게 먹고도 1~2 조각이 남을 정도였는데, 뭐 당연하겠지만 남은 음식은 To go box에 담아서 가져갈 수 있다. 그렇게 Lou Malnati's pizzeria는 아주아주 만족스러운 시카고 최고의 경험으로 남았다.

 

 

다음날은 Shedd Aquarium으로 향했다. 이 곳도 시카고 시티패스를 구매하면 입장권이 포함되어 있어서 고른 목적지이다.  푸른 조명으로 가득한 실내는 차분하면서도 아늑한 느낌으로, 바라보고 있자니 의식이 물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했다. 내가 마지막으로 아쿠아리움을 가본 적이 언제인지 이젠 기억도 안 나는 까마득한 과거이지만, 아마 그 때도 오늘같은 감상을 품지 않았을까.

 

 

관람 중 만난 상어와 뚱이도 있다. 다이어트를 많이 한 뚱이는 손 인사도 잘 해주더라.

 

 

운이 좋게도 관람 시간이 잘 맞아서, 벨루가 필드에 들어가자마자 벨루가 공연이 시작됐다. 공연에선 벨루가의 생태에 대해 설명해주고, 해양 오염과 벨루가 개체 수 감소, 그리고 shedd 아쿠아리움에서 진행하는 벨루가 보호와 환경보호 활동에 대한 브리핑이 주를 이루었다. 공연 시간은 10분도 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며, 벨루가들이 피로해하지 않는 선에서 짧게 진행한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벨루가는 생각보다 엄청 크고 귀여웠다.)

 

 

다음은 다소 생뚱맞지만, 시카고 시내를 돌아다니다 찾은 66번 국도 시작지점이다. 미국인들에게 마더로드Mother road라고도 불리는 의미깊은 도로라고 한다.

 

시카고에서 LA까지 이어지는 이 도로를 따라 로드트립을 하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또한 내가 기차여행 경로를 시카고에서 LA까지 잡은 이유도 66번 국도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나도 미국 횡단을 살면서 한 번은 해보고 싶었기에... 굳이굳이 따지자면 미국 횡단을 하려면 뉴욕부터 시작해야 하지만... 그래도 시카고에서 LA까지 기차로 뚫고 가는 것도 횡단이지!

 

 

어쨌든 이후로는 기나긴 기차의 시간이다. 위 사진은 시카고에 위치한 Union Station이다. 그냥 주요한 시에 있는 가장 큰 역에 Union Station 이름을 붙이는 것 같다.

 

나랑 내 룸메이트는 Amtrak US Rail pass를 이용하여 기차를 탑승했다. 해당 패스는 원래 499 USD이지만, 겨울 비수기 할인으로 299 USD에 구입했던 것 같다. 패스를 사면 첫 탑승일로부터 30일동안 10번의 기차를 탈 수 있다. 비록 침대칸은 아니지만 겨울 비수기 할인을 받으면 상당히 저렴하게 기차를 타고 미국을 둘러볼 수 있다.

 

 

미국은 기차도 크다. 나는 시카고에서 텍사스를 거쳐 LA까지 향하는 Texas Eagle 노선을 탔다. 내가 보기엔 amtrak 노선을 따라 지나가는 기차는 그냥 이렇게 죄다 큰 것 같더라. 기본 2층에 위탁수하물 칸까지 따로 존재하는 거대한 기차... KTX랑 무궁화호만 봐왔던 나에겐 꽤나 충격적이었다.

 

힘겹게 뻗어본 다리

 

다행히 좌석도 크다!! 모든 좌석 창틀에는 2구의 110v 콘센트가 있으며, 의자는 키 173cm 남자가 다리를 쭈욱 뻗어도 충분할 정도로 널찍하다. 의자는 다리 받침대와 등받이를 조절할 수도 있어서, 한국 기차 좌석에 비해서 아주아주몹시 편안하다. 아마 비교하자면, 한국 프리미엄 시외버스 좌석이랑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흔들리는 기차에서 마시는 맥주. 하지만 25시간 탑승을 곁들인.)

 

이곳은 기차의 카페칸이다. 간편한 스낵과 음료 등을 판매하며, 술도 있다! 물론 가격과 퀄리티는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기차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판매하는 것을 감안하면 그래도 지출할만하다고 생각한다. (M&M 초콜릿 봉지 하나 3불...)

 

25시간정도 기차를 타고 가면 나오는 텍사스 댈러스가 다음 행선지였다. 댈러스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이어가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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