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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 워킹홀리데이

캐나다 워홀 시작 - 인천에서 캘거리까지

by 보봉구 2024. 1. 25.

안 올 줄 알았던 1월 22일의 해가 떠버렸다. 1년 전부터 이 날만을 기다렸지만 정작 때가 다가오니 긴장이 점점 커지는 걸 느꼈다. 얼마나 긴장했으면 출발 전 이틀간은 잠도 제대로 못 자고 계속 뒤척였을까. 나 원래 잠 잘 자던 사람인데...

 

항공편은 인천에서 밴쿠버를 거쳐 캘거리로 가는 경로였다. 생에 첫 장거리 여행이 될 것인지라 시차 적응에 대한 걱정도 컸고, 캐나다에서 1년을 지내볼 예정이라 얼마나 많이 효율적으로 짐을 가져가야할지 고민도 많았다.

 

빨간 캐리어에 진짜 열심히 눌러담았다

 

결국 부족한 건 현지에서 그냥 사기로 마음먹으면서 적당히, 그리고 꾹꾹 눌러담은 짐싸기 완료. 캐리어에 가득가득 하나, 크로스백에 바로 필요한 것들 가득, 백팩에 전자기기랑 나머지 작은 옷가지들 꽉꽉.

 

내가 탔던 에어캐나다 항공의 수하물 규정

 

1. 위탁수하물 1개 (23kg 이하)

2. 기내수하물 - 표준품목(기내캐리어 등), 개인품목(작은 가방)

      +기내수하물 무게제한 : 스스로 위 선반에 넣고 담을 수 있을 정도의 무게

 (2024.01.22 기준)

 

이었기에 규정에 맞춰서 간당간당하게 담았다. 백팩도 길이를 재보니, 표준품목 3면 길이 제한보다 3센티인가 더 적었던 걸로 기억한다. 

 

 

밴쿠버로!

비행기 탑승시간 3시간쯤 전부터 창구가 열렸던 것 같다. 에어캐나다 창구가 어디 있는지 한창 찾다가 창구 안내 스크린에도 안 써있길래 당황했는데, 내가 너무 일찍 도착해서 그랬던 거더라. 힘이 빠져서 앉아있다보니 에어캐나다 창구 위치 안내가 떴고 바로 가서 티켓도 받고 수하물도 부쳤다.

 

밴쿠버를 거쳐 캘거리로 넘어갈 때, 모두 에어캐나다 항공을 이용하는 경우는 수하물이 자동으로 최종 목적지까지 운송된다. 밴쿠버에서 짐을 따로 찾은 후 다시 부칠 필요가 없다는 것! 그래도 혹시 모르니 창구 직원분께 다시 한 번 물어보는 걸 추천한다. 나도 물어보고 확답을 받은 후 이동했는데, 안 물어봤으면 괜히 불안했을 것 같다. 

 

버근가?

설레는 첫 장거리 여행이자 북미행 비행기. 그 설렘은 고장난 스크린으로 대체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전부 잘 나오는데 나만 무한로딩창이 뜨고, 중간에 나오다가도 에러 메세지와 함께 셧다운되는 등 정상이 아니었다. 스크린 하단부에 남은 비행 시간도 나오는데 나 혼자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도 못 하니 답답함이 배가되더라... 승무원께 스크린에 문제 있다고 말씀드렸더니 "Then I'll reset your screen. wait a while please!" 하고 떠나간 후 스크린이 재부팅되었지만 여전히 정상 작동은 되지 않았다.

 

이 때까진 신났다

19시 30분쯤 이륙 후 1시간 쯤 지나니 기내식이 나왔다. 고추장 돼지고기 볶음, 감자와 스테이크 두 가지 메뉴가 있었는데 거의 모두 고추장 돼지고기를 고르더라. 나도 감자보단 밥이랑 돼지가 땡겨서 이걸로 골랐는데 뭐...생각보다 먹을만하긴 했지만 기압이 낮아서 그런가 속이 부글부글 끓고 식사를 즐길 수는 없었다. 사람 연료 보충하는 느낌?

 

그리고 3시간 정도 지났을 때부터 지루해지기 시작하더라. 예상은 했지만 장거리 비행은 생각보다 더 답답하고 지루했다. 옆에 앉은 사람은 기내 조명이 꺼지자 마자 계속 자기 시작하던데, 나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잠이 오지도 않았다. 앉은 자리가 불편한 것도 있겠지만 환경이 워낙에 낯설어서 더 그랬을까.

 

일부러 통로쪽 자리를 고른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밴쿠버행 비행기 의자가 생각보다 되게 불편하고 허리에도 안 좋았는데, 중간중간 일어나서 스트레칭이라도 안 했으면 그 자리에서 울어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한 6시간정도 지나니 미칠 것 같더라. 눈 앞 스크린은 고장나서 영화도 못 보고, 계속 무한 로딩창이 뜨는데, 그 때마다 스크린 밝기가 초기화돼서 주기적으로 눈뽕을 쏴준다. 지금 생각해보니 눈뽕때문에 잠을 못 잔 것도 있는 것 같다. 미쳐버린 블루라이트 눈뽕.

 

보랏빛 일출

과장 없이 1분도 못 자고 온 몸을 비틀며 시간만 축내던 도중, 보라색 섬광이 보이길래 처음엔 이게 뭔가 싶었다. 잘 보니 선팅된 창문을 통해서 들어오는 햇빛이었다. 엔진 소리만 가득한 비행기 안에서 보라색 빛줄기가 눈을 찌르고 들어오는데 꽤나 몽환적이었기에 한참 쳐다보고 있었다. 마음 한 켠으로는 이제 해가 뜨고 있으니 도착까지 얼마 안 남았다는 희망을 품었지만, 비행이 4시간이나 더 남았다는 걸 알았을 때의 절망이란...

 

따뜻해...

고생한 당신께 드리는 오믈렛과 치킨 소세지! 저기에 더해서 물과 빵도 있었는데 난 먹기 싫어서 의자 앞 주머니에 다 넣어버렸다. 한창 몸도 마음도 지쳐있을 때 입에 들어왔던 따뜻한 오믈렛은 정말로 맛있었다. 이게 감동의 맛이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맛보다는 따뜻한 온기를 음미하면서 먹었던 것 같다. 너무 힘들었기에 작게나마 들어온 따스함이 정말 소중했다. 그리고 착륙이 1시간 남짓 남았다는 사실은 최고의 디저트가 되었다.

 

 

Arrivals? Connections?

그리고 아마 나랑 같은 실수를 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은데, 밴쿠버 공항에서 내린 후 한참 걸어오다보면 Arrivals와 Connections로 분리되는 통로가 나온다. 밴쿠버 공항에서 입국심사를 받아야한다는 내용은 알았지만, 딱 그것만 알았기에 어떤 통로로 가야하는지 앞에서 한참 고민했다. 그러다 나는 밴쿠버 경유해 캘거리로 가니까 Connections인가? 해서 갔더니 오피서가 돌려보내더라. "노 유 햅투 고 다운 스테어. 어라이벌즈 오케?" 라는 말과 함께 열심히 찾아 들어간 Arrivals...

 

ArriveCAN 으로 시간 아끼기

 

다행히 나는 ArriveCAN 어플에서 CBSA Declaration을 먼저 작성했기에 시간을 아껴서 길 헤멘 것 치고는 많은 시간을 낭비하지는 않았다. 혹시 캐나다 가는 사람들은 ArrivaCan 어플에서 Advance CBSA Declaration을 완료하고 가기를 추천한다. 다들 키오스크 앞에 줄 서서 설문하고 있을 동안 키오스크에서 버튼 몇 개 딸깍하고 먼저 이동할 수 있다.

 

반가운 토템

 

그렇게 열심히 걸어서 도착한 밴쿠버 공항 토템. 워홀 카페에서 많이 보던 그 비쥬얼에 내가 제대로 찾아왔구나 싶었다. 입국심사 줄을 따라 서고 기다려서, 키오스크에서 뽑은 종이에 뭔가 확인을 받았다. 통과할 때 공항 직원분이 Take your baggage first! 라고 하길래 내 짐은 Automatically transferred 됐다고 하니 확실하냐고 물어본 후 따봉을 올려주더라.

 

 

다른 사람들은 짐을 찾고있을 때 나 혼자 촐랑촐랑 움직여 워크퍼밋을 받으러 갔다. 쭉 가다보면 visa 뭐시기 오피스가 있고 앞에 시큐리티 직원 두 분이 서 계셨는데, 여기서 비자 받냐고 물어보고 맞다는 대답에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서 또 2차로 얼타는 일이 생겼다.

 

처음 들어갔는데 의자가 두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표지판에 "여기서 앉아서 기다려주세요." 라고 써있었는데, 나는 잠이 부족해 혼미한 상태였기에 보질 못했고 무작정 직진하다가 직원한테 빠꾸먹었다. "Hey! did you check your passport at there?" 라고 했던가? 뭐 어쨌든 내 여권 어디서 확인받고 왔냐고 해서 아니라고 대답했더니 "그럼 저기서 하고 오세요." 라고 하더라. 그래서 주변을 둘러보는데 마침 그 때 내가 가야하는 창구에 직원이 없었기에 혼자 한참 방황했다. 

 

궁시렁궁시렁 (아니쉬발 어디로 가라는 거야 사람도 없는데) 거리다가 다른 시큐리티 직원분께 물어보고 안내 표지판 앞에 앉아서 기다리라는 말과 함께 의자까지 안내받았다. 다들 바빠서 말투가 차갑지 정말 친절하긴 했다.

 

그리고 비자와 워크퍼밋을 받으려 대기하는 동안, 필요하다고 들었던 서류를 준비했다.

 

0. 여권

1. 워킹홀리데이 인비테이션 최종합격 안내서

2. 영문 보험가입 확인증서

3. 영문 예금잔액증명서 -(가아아끔 확인한다길래)

 

여권과 종이 세 장을 들고 기다리던 중, 내 순서가 되어 창구로 다가갔다. 상큼하게 Nice to meet you를 박고 시작하니 Welcome! 하고 받아주시더라. 두근두근하면서 준비했던 서류를 언제 줄지 타이밍만 재고 있었는데 워홀 합격 증서랑 보험확인증 요구하지도 않고 비자랑 워크퍼밋을 바로 찍어주더라. 이렇게 쉽게 주는 건가 싶어 잠깐 얼타다가, "Is it done?
"이라 물어보니 "Done! have a nice day!" 하길래 얼떨떨하게 나왔다. 워크퍼밋 기간도 정확하게 잘 나와있었다. 아직도 왜 기타 서류 확인을 안 했는지 모르겠다.

 

 

 

캘거리 가는 탑승구 근처

 

그렇게 여차저차 워크퍼밋 받고 다시 캘거리행 비행기를 타러 움직였다. 여기서 또 당황 포인트가 있었다. 밴쿠버에 내리고 보니 이메일이 하나 날아왔는데, 캘거리행 비행기의 내 좌석이 변경되었으니 확인해달라는 이메일이었다. 이메일에는 새로운 자리가 어디인지 써있긴 했는데, 내가 가진 탑승권과 좌석 번호가 달라서 괜히 걱정이 되기 시작했었다.

 

그래서 쭈뼛쭈뼛 찾아간 에어캐나다 창구. 그곳은 따뜻한 한국이 아닌 추운 밴쿠버였기에 나는 열심히 영어로 말해야했다. 여차저차 대화하다가, original seat로 바꾸고 싶냐길래, "아니 그건 상관 없어요. 대신 좌석표 변경된 새로운 티켓 주세요." 해서 새로운 티켓을 받았다. 그러고 나니 시원해지는 속.

 

이 때쯤 출발 전날 못 잤던 잠과, 비행기에서 한 숨도 못 잔 피로가 쏟아져서 몸에선 식은땀이 나고, 목은 쉬고 머리는 어지러운 상태였다. 그래서 술취한 사람처럼 알 수 없는 흥분감과 몽롱함에 빠져 이상한 영어를 막 내뱉었던 기억이 있다.

사람은 잠을 잘 자야해...

 

캘거리로 가는 중 창 밖

 

밴쿠버에서 캘거리행 비행기를 탔는데, 캐나다 국내선은 비행기 내부에서 와이파이 사용이 가능했다!! 비행중에도 인터넷이 잘 터지는 이 상쾌함이란. 하늘 위에서 가족들한테 카톡으로 사진도 마구 보내고 신남을 잔뜩 표출했다. 다시 말하지만 잠이 부족해서 몸과 마음이 정신이 아니었기에 뭐라 했는지 기억은 잘 안 난다.

 

캘거리 공항에서 내려서 수하물을 찾은 후 난 바로 택시부터 타버렸다. 우버가 더 싸다는 말도 있고 버스를 타고 캘거리 다운타운 근처 임시숙소로 갈 수도 있었지만, 너무너무너무너무 피곤했기에 바로 앞에 있는 택시를 냅다 타버렸다.

 

택시 기사 아저씨가 말을 엄청 걸었는데 발음이 강한 인도 중동 짬뽕 악센트였다. 그래서 원래도 잘 못 알아듣는 영어 더 알아듣기 힘들었다. 그래도 최대한 눈치껏 대화하고 나도 뭐라뭐라 떠들면서 임시숙소까지 택시를 타고 왔다. 택시 팁을 캐나다 국룰이라는 15%로 드렸더니 택시에서 내린 후, 나를 막 껴안고 캐나다 생활 응원한다고 한창 말을 해주더라. 택시 기사분 아들이 20살이라 같은 20대를 응원해주고 싶다는 말도 하시고.

 

흔들림이 느껴지십니까 휴먼?

임시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너무 쉬고싶어서 인증샷 대충 빠르게 하나 박고 바로 짐부터 풀었다. 캐리어에서 당장 쓸 잠옷과 세면도구를 꺼내고 따뜻한 물로 샤워하는데 "이제야 쉴 수 있겠다..."라는 생각에 뭔가 감격스럽더라. 생에 첫 장거리 비행은 너무너무너무 힘들었고 피로때문에 정신도 정상이 아니었지만 그 와중에도 들뜸은 항상 마음을 쥐고 흔들었다.

 

지금 포스팅을 하고 있는 (캘거리 현지 기준) 24일도 시차 적응이 다 끝나지 않아서 피곤해 죽을 것 같다. 밤에 자다가 새벽 3 ~ 5시 사이에 깨서 정신이 말똥해져 버리는데, 어떻게 몸을 비틀어도 다시 잠은 안 오더라. 그리고 낮 12시쯤 돼가면 그제서야 잠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시험기간에 밤 새워 공부하던 시절의 몽롱한 컨디션이 정오에 찾아오는 것이다.

 

그래서 23일은 반쯤 정신을 놓고 보냈다. 낮에 SIN 넘버를 발급받으러 다운타운에 들렀는데 대기시간은 거의 4시간이나 되었고, 11시부터 2시30분까지 기다리는 동안 감기는 눈을 억지로 뜨는 게 제일 힘들었다. 비행기에서 오래 앉아있어서 생긴 허리 통증도 날 괴롭히는 범인 중 하나였다.

 

지금도 시차적응이 덜 돼서 오후 5시 45분인데도 새벽처럼 졸리다. 완전히 몸이 적응하려면 1주일정도 걸린다는데, 그 동안 은행 계좌 발급, 2월부터 지낼 방 계약을 해야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몸을 쥐어짜서 움직어야한다. 

 

 

SIN 넘버 발급과 은행 계좌 개설, 방 구하기 관련 포스팅은 한동안 주변이 정리되고 난 후 해야겠다. 몽로오옹한 캐나다의 밤이 이제 또 다가온다. 앞으로도 파이팅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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