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블로그에 글을 올릴 생각조차 못 했다. 내가 게으른 것도 있지만, 아무래도 생활이 안정되지 않아서일까 싶다. 두 달 만에 결정하게 된 이사로 인해 간신히 구한 서버 잡도 그만두고 새로 일자리를 구하고 있다.
(사실 이자카야 서버 일 자체는 할만했지만 손에 세제가 마를 날이 없는 업무방식이라 습진 때문에 그만둔 것이 크다.)
최근 캐나다 생활이 마음처럼 잘 굴러가지 않는 것을 느끼며 내 기분도 같이 추락하고 있었다. 때문에 잠시 기분을 환기할 겸 지금까지 있던 일을 조금씩 정리해보려고 한다.
캘거리 임시숙소에서 지내던 시절
캐나다 캘거리에 막 도착한 후 임시숙소에서 지내는 동안 캘거리 다운타운을 몇 번 들렀다. 캐나다 와서 알았는데, 여긴 오래된 아파트나 주택의 경우 집에 조명이 없거나 되게 약한 경우가 엄청 많더라. 임시 숙소 아파트도 거실에 전등이 없고, 방에 있는 등도 황색등에 약하기까지 해서 땅굴에 들어가있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좀 더 적극적으로 바깥을 돌아다니게 된 것 같다.
캐나다 다른 지역은 모르겠지만, 일단 캘거리는 선글라스가 없으면 낮에 생활이 굉장히 고달프다. 캐나다 내 최고 일조량을 자랑하는 도시답게, 해가 쨍쨍한 낮에 외출하면 느껴지는 햇빛이 한국과는 정말 다르다. 과장 없이 머리 위에서 폭탄이 터지는 줄 알았다.
뭣도 모르고 그냥 외출했다가 하늘에서 내리쬐는 빛과 더불어 바닥 웅덩이와 눈의 반사광에 눈뽕을 맞고 바로 집에 다시 들어가 선글라스를 챙겨나오곤 했다. 앞을 보기 힘들 정도로 빛이 강하더라. 선글라스 가져온 나 아주 칭찬해.
최근 해외 한국 라면 매출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K-불닭. 임시숙소 주변 마트 Safeway를 구경하다가 뭔가 반가워서 찍어봤다. 할인이 붙어있긴 하지만, 진라면과 불닭의 가격이 같은 세계라니. 심지어 진라면은 4개 팩이다. 대다내요
여긴 밴프Banff 주변 Sunshine 스키장이다. 정말 고맙게도, 한국에서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된 캘거리 동갑내기 친구가 스키장에 간다며, 나도 같이 가자고 권유를 해줬다. 시차 적응이 간신히 끝나갈 때 쯤이었기에 냅다 따라갔고, 그 친구가 스키복, 보드 장비 대여 등등 번거로운 일들을 모두 해결해주어 나는 즐기고만 왔다.
아쉽게도 날씨가 깨끗하지는 않았지만, 주변 풍경은 환상적이었고 친구 덕에 정말 고마운 경험을 했다. 보드 초보자 데리고 다니느라 고생도 많았을 텐데 그저 좋은 얼굴로 잘 챙겨주었던 것이 정말 고마웠다.
캘거리 도서관에 가서 회원 등록 후 카드를 받았다. 카드 뒷면의 번호와 내가 설정한 Pin-number로 한 달에 5 Cad 어치의 프린트를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나중에 이력서 출력하러 뺀질나게 도서관을 드나들었던 것을 생각하면, 캘거리 도서관은 워홀러의 필수 코스라 해도 부족함이 없을지도?
그리고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영어 관련 프로그램이 정말 많다. ESL Communication Club이니 뭐니 해서 캘거리 전체 도서관 여기저기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다운타운 내부의 Central Library는 경쟁이 엄청나게 치열해서 나는 Fish Creek Libarary의 English Communication Club에 참여했던 기억이 있다.
(분명 Intermediate라고 해서 참여했더니 죄다 40대 이상에 Beginner Program 위주길래 취소하고 다른 프로그램을 찾으러 떠났다ㅜㅜ)
첫 번째 집. Chinook Centre 주변
임시 숙소에서 한창 집을 찾으러 돌아다니다가, 결국 CN드림 - 한국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발견한 집에 들어가게 됐다. Rentfaster에서 현지 Room-rent를 한창 찾아보긴 했는데, 방에 책상이 없거나 너무 비싼 집이 많더라. 어쩌다가 좋은 집 찾아서 연락을 하면 이미 다 나갔다는 답장까지... 임시숙소 거주 기간은 다 끝나가는데 집이 안 구해져서 굉장히 조바심을 느꼈던 시기였다.
그렇게 찾은 한국인 호스트 집. Basement, 지하방이었다. 한국의 반지하 방을 생각하고 갔는데, 생각 이상으로 깨끗하고 내가 알던 반지하 정도의 퀄리티는 아니었다. 내가 지낸 곳은, 작은 집이 지하에 하나 더 있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방 문을 열고 나가면, 지하공간 거실 겸 주방이 나오고, 화장실도 지하 전용이 하나 더 있다. 환기 시스템도 잘 붙어있어서 히터 겸 환기구가 계속 돌아가고, 뭐 건조한 것 제외하고는 공기 질도 괜찮았다. 내가 지내는 방은 한국의 원룸 하나 정도 크기였다.
다만 불편한 건 지하 공간에 나 포함 3명이 함께 지내게 됐다는 것. 지하가 생각보다 넓긴 했다. 방 3개에 화장실과 주방까지 있는, 한국의 어지간한 오피스텔보다 넓은 공간이 지하에 있었다. 다만 3명과 공유한다는 게ㅋㅋㅋ 화장실과 주방 모두 내 위생 수준과 맞지 않으니 그게 너무 힘들었다.
그리고 지하는 아무리 좋아도 지하방이다. 내가 지냈던 집이 더욱 심했지만, 조명이 약해서 뭔가 우울증 걸리기 좋은 방구석이 만들어진다. 내가 따로 이케아에 가서 led 전구와 전구 소켓 케이블을 사서 달아두고 나서야 방이 조금 환해지더라.
캘거리 지하 방은 혼자, 또는 친구와 전체를 모두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면 가격적 메리트가 있더라도 불편한 점이 더 큰 것 같다.
룸메이트 중에, 한 달만 그 집에서 살다가 이사간다는 형 한 분이 이사 첫 날 제안을 주셨다. 다들 처음 보는 얼굴인데 한 번 식사나 같이 하자고. 그래서 주변 Chinook mall에 있는 피자집에 가서 첫 레스토랑 외식을 했다!
여기 와서 한인 교회를 오가기 시작했는데, 거기서 만난 분이 고맙게도 드럼헬러Drumheller에 지인 관광 시켜주러 간다며, 나도 같이 가자고 권해주셨다. 캘거리와 애드먼튼 사이에 위치한 지역인데, 여긴 공룡이 유명한 지역이라고 하더라.
주변 유명한 포토스팟 있다고 데려가주셔서 관광객 티 팍팍 내며 사진 한 번 찍어봤다. 하늘도 너무 깨끗하고 햇살도 좋아서 정말 기분 좋게 다녔다.
정말정말 맛있었던 브리스킷 바베큐와 메이플 포크 바베큐. 같은 집에 살던 형이 다른 집으로 이사 가는 전 날에 같이 바베큐 하우스로 왔다. 난생 처음 먹는 브리스킷 바베큐였는데, 진짜 입에서 살살 녹고 스모크 향은 환상적이었다. 메이플 포크도... 저 날 돈은 많이 쓰긴 했는데 기회가 된다면 다시 가고 싶을 정도로 너무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짭짤하면서도 고소하고 스모크향이 입에 가득할 때 탄산음료나 맥주 입에 들어가면 그대로 승천 가능
최근 캘거리에 눈이 자주, 많이 왔다. 한 번 내릴 때 3일 정도 계속 내리고 30cm는 우습게 쌓였던 것 같다. 지내던 집 밖으로 나와서 바로 보이는 풍경 사진인데, 인도랑 차도 구분이 사라져서 길이 어디인지 찾지 못 할 정도로 눈이 쏟아졌다. 저 때가 3월 중순이었는데 뭐 여기는 5월에도 눈 온다니까.
눈밭 걸어다니는 게 재밌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계속 이렇게 쌓여서 눈 뚫고 지나다녀야하는 게 일상이 되니 금새 눈이 지겨워졌다. 여기 와서 2월에 스노우 부츠를 하나 장만했는데, 사면서도 "겨울 끝자락인데, 얼마 못 신고 창고에 처박히는 거 아닌가?" 했지만 지금 4월까지도 너무 잘 사용하고 있는 최고의 구매였다.
방수 스노우 부츠 없으면 길 다니기가 정말 힘들다. 눈이 쌓여 있을 때도 문제지만, 이게 녹기 시작했을 때 그 진창을 돌아다니려면 부츠가 필수다. 왜 캐나다 현지인들이 패션 포기하고 뚱땡이 부츠를 신고 다니는지 이해가 되는 날씨 상태였다.
Sunalta 아파트로 이사
지금은 이 집에서 지내고 있다. 천장에 전등이 없는 게 보이는가? ㅋㅋㅋㅋㅋㅋㅋ
방 안에 기본으로 거실용 스탠드가 있긴 하지만, 내가 따로 전등을 달아둬야 만족할만한 밝기가 나온다. 그래도 여기 햇빛이 워낙에 강해서 오후 7시까지는 조명을 안 틀어도 방 전체가 밝다. 밝은 햇빛 하나만큼은 최고인 캘거리.
지금 지내고 있는 공간은 사실 방이라기보다는 거실에 파티션을 만들어서 공간을 분리한 곳이다. 다른 룸메이트 한 명은 방을 사용하고 나는 커튼으로 분리된 거실에서 지내고 있다. 그래도 개인 공간은 확실하게 분리되어, 생활 동선이 방해받지 않는다는 게 좋다. 전에 Chinook 주변에서 살 땐, 세 명이서 공용 공간을 같이 사용하다 보니 불편함이 있었는데, 여기선 두 명이서 사용하는 게 가장 편리한 부분이다.
근황
최근 일자리 구하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엄청나게 받고있다. 요즘 워홀러나 캐나다 내 타 지역 사람들이 캘거리로 많이들 몰리고 있다고 한다. 물가 때문인지 무엇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사람이 많아지니 일자리 구하는 경쟁이 상당히 심해졌다.
교회에서 만난 분 이야기로는, 아는 분 레스토랑에서 채용 공고를 올렸더니 이력서가 30개가 날아왔다고 하는데 다른 곳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현지잡, 한인잡 가리지 않고 이력서를 온 오프라인으로 죄다 뿌리고는 있지만 아직 연락 오는 데가 없다ㅜㅜ
다행히도 아는 분이 본인 지인이 스타벅스 직원이라며, 주변 지점에 내가 이력서를 넣으면 나를 한 번 고려해보라는 언질을 줄 수 있다고 일러주셨다. 그래서 즉시 온라인으로 카페 바리스타 지원을 넣고 기다리고 있는 상태인데, 연락이 와서 여차저차 면접 잘 보고 일자리좀 구하면 좋겠다.
백수생활 하면서 만으로 2달 반이 되어가니, 이제 모아둔 돈이 슬슬 바닥을 보이고 있어서...ㅜㅜ 다음 5월 방세 내면 빈털털이다. 그래도 아직 시간은 있으니 일자리 구해질 거라 믿고 최대한 멘탈을 가다듬어본다.
이래저래 불안정한 생활이 계속됐는데 이제 자리 좀 잡고 안정적으로 살고싶다. 이래저래 마음이 너무 힘든 나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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